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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30일 광주시 남구청 선별진료소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광주에선 6월27일 이후 코로나19 확진이 이어지며 지역감염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월26일 광주에 사는 ㄱ씨는 이틀 전부터 시작된 감기 증상 때문에 남편 차를 타고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았습니다. 당시까지 광주 지역 코로나19 환자는 고작 30여명. 확진자가 늘던 수도권과 대전을 다녀온 것도 아닌데 ‘별일 아니겠지’란 생각을 했을 법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며칠 전(23일) 언니네 부부와 무등산 아래 절(광륵사)을 다녀온 일을 수차례 떠올렸을 ㄱ씨. 그는 안타깝게도 검사 이튿날인 지난달 27일 언니네 부부, 광륵사 스님과 함께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눈에 보이는’ 광주 집단감염의 시작입니다.

 

현재까지는 ㄱ씨가 찾았던 광륵사가 광주 집단감염 사태의 시작점으로 추정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관련 확진자 57명(3일 낮 12시 기준)을 조사하다 보니 “많은 부분이 광륵사에서 시작한다”는 게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의 설명입니다. 그런 한편, 또 하나 분명한 것은 ㄱ씨에 앞선 환자도 있었을 것이란 점입니다.

 

 

광주시의 역학조사에서도 ㄱ씨보다 며칠 일찍 증상이 나타났거나 지금도 무증상인 환자가 속속 확인되고 있습니다. 추정컨대 제일 앞에는 무증상 환자가 있고, 그로부터 ㄱ씨에게 바이러스가 전파됐고, ㄱ씨의 지인 ㄴ씨를 통해 방문판매업체 의심 사무실이 있는 금양오피스텔이 노출된 뒤 5개 이상의 경로를 거쳐 이 많은 확진자가 생겼을 수 있습니다. 누구나 감염될 수 있었고, 누구나 감염원이 될 수 있는 것이죠.

 

 

오늘은 코로나19 사태의 최대 변수인 ‘조용한 전파’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최근 2주(14∼27일) 평균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는 43.1명이었는데요, 이 숫자만 보면 아직은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환자 수보다 환자 발생 ‘양상’에 주목하며 2차 대유행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광주에서처럼 초기 감염원을 알지 못하는 집단감염이 전국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나타나는 게 심상치 않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무증상 환자들이 누적되다 보면 어느 날 통제 불가능한 상황을 맞닥뜨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우리 주변에는 얼마나 많은 무증상 환자가 있을까요?

 

 

우리나라의 경우 확진된, 즉 발견된 코로나19 환자 중 무증상 환자 비율은 20~30%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무증상 환자한테서 감염된 또 다른 무증상 환자, 그러니까 발견되지 않은 환자도 그 주변에는 반드시 있을 겁니다. 감염경로가 불명확한 이른바 ‘깜깜이 환자’ 비율이 증가해 최근 2주간 12%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이는 최근 이탈리아 파도바대와 영국의 임피리얼 칼리지 런던(ICL)의 공동 연구진이 벌인 조사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연구진이 이탈리아 초기 확산지인 보(Vo) 마을 주민 3200여명을 대상으로 봉쇄령 시작 시점인 2월 말(확진 73명)과 그로부터 14일 뒤인 날(29명) 검사를 해봤더니, 두차례 모두 무증상 환자 비율이 40% 이상이었다고 합니다.보 마을에서 한 조사를 한국에서도 할 수 있다면, 좀 더 확실한 무증상 환자 규모와 주요 분포 지역을 알아내 맞춤형 전략을 쓸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주민 3200명 마을에서 한 조사를 인구 5천만명인 한국에서 그대로 할 수는 없습니다.

 

이 때문에 질병관리본부는 다양한 방법으로 국민들의 혈액을 수집하고 있습니다. 수집한 피에서 현재 바이러스가 있는지를 보는 진단검사가 아니라, 과거 바이러스가 침투한 결과로 생겨난 항체가 얼마나 있는지를 보려는 것입니다. 그러면 조용한 전파 규모도 추정해볼 수 있겠죠.이르면 다음주 중에 3천명의 혈액에 대한 1차 항체 보유율 조사 결과가 발표됩니다. 만약 보유율이 0.1%로 나온다면 어떤 해석이 가능할까요?

 

단순 계산하면 전체 인구의 0.1%인 5만2천명이 코로나19의 공격을 받았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현재 누적 확진자가 1만2천명이니, 숨은 환자가 4만명은 더 있다는 얘기가 되네요.

다만 표본이 된 검체가 주로 어느 지역에서 수집됐는지도 따져봐야 합니다. 확산세가 컸던 지역에서 검체가 주로 수집됐다면, 전국 평균은 더 낮을 것입니다. 국외에서도 비슷한 조사들이 있었는데 스페인(6만명 분석)은 항체 보유율이 5%,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1401명)는 10%, 일본 도쿄(1071명)는 3.83%, 네덜란드(7361명)는 2.7%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 역시 검사에 쓰이는 시약이 무엇이냐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이라니 아직 국제 비교는 어렵겠습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한국은 초기부터 마스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등 강력한 억제 정책을 썼던 터라 다른 국가들보다는 항체 보유율이 낮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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