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우리나라 캠핑 문화의 가장 다른 점을 찾자면, 캠핑의 목적과 즐기는 방식인 것 같다.
우리나라는 캠핑장 자체를 즐기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음식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삼시 세 끼를 거하게 만들어 먹고, 밤늦도록 음주와 수다가 빠질 수 없다.
캠핑장에 텐트가 빽빽하게 들어차다 보니 옆 텐트와 가깝고, 그러다 보니 서로 간의 장비와 브랜드를 비교하기도 하고, 원치 않게 음악이나 소음을 같이 들어야 할 때도 많다.
미국에서의 캠핑장은 자연을 100% 즐기기 위한 목적이 크다
(국립공원 캠핑은 물론이고 국립공원이 아닌 곳에서 해보았던 몇 번의 캠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음식도 빵이나 시리얼, 즉석 수프 등으로 간단히 먹고, 해 뜨는 시간이면 일찌감치 나갈 채비를 해서 종일 주변의 자연을 구경하고, 해 지기 전에 들어와 간단히 식사하거나 바비큐를 해 먹고 해가 지면 일찍 잠자리에 든다.
9시가 넘으면 캠핑장이 쥐 죽은 듯 조용해진다.
캠핑용품도 아주 간소하다. 사람 몸만 겨우 들어갈 정도의 작은 텐트도 많고, 우리나라처럼 거실, 부엌 개념의 공간까지 가진 큰 텐트를 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캠핑카를 가진 경우가 아니라면 전기시설도 없기 때문에 휴대폰이나 카메라 충전은 화장실이나 식당에서 잠깐씩 할 수 있다.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국립공원 내에는 전화가 연결되지 않는 곳이 많기 때문에 어차피 전화기 충전을 할 필요도 없어졌다.
불편함을 최소화하여 캠핑하고 싶는 사람은 텐트 대신 R/V (Recreational Vehicle, 캠핑카나 트레일러)를이용한다. 길이 혼잡하지 않고, 주차 공간도 넉넉하다 보니 RV 이용이 흔하다. 하지만, 단점은 장거리 이동 시에 안락함이 떨어지고, 프리웨이에서 제한속도가 일반차보다 낮기 때문에 이동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 많은 RV 중 똑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캠핑카도 형태가 모두 제각각이라 똑같은 모양을 찾아보기 힘든다.
자이언 캐년 국립공원에서 새벽 동이 트기 전 잠이 깨 혼자 아직 잠들어 있는 캠핑장을 한 바퀴 걸어보았다. 그 많은 캠핑카 중 같은 모양이 하나도 없는 것이 신기해서 캠핑카의 수만큼이나 많이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거대한 암석에 여명이 비춰 들어오는 순간을 감상하기 위해 그러고도 한참을 더 거닐었던 기억이 있다.
자이언 캐니언 국립공원에서 거대한 붉은 암석절벽을 등 뒤에 두고 텐트를 치고 있으니 마치 전략 요새에 주둔하고 있는 느낌이다. 모든 자연의 소리를 24시간 들을 수 있다.
몇몇 미국 친구들은 캠핑 경험이 전혀 없던 우리에게 KOA(Kampgrounds of America)를 추천해주었다. KOA는 미국 전역에 500개 있는 프랜차이즈 개념의 사설 캠핑장으로, 콘셉트에 따라 가족, 친구들과 쉴 수 있는 홀리데이형(수영장과 놀이터, 작은 동물원 등이 있음), 다양한 액티비티가 준비되어 있는 리조트형(승마, 버기카 체험 등), 장거리 여행자가 쉬어갈 수 있는 져니 형(특별한 놀이시설은 없고 프리웨이 가까이에 위치)의 3가지로 나뉜다.
기본적으로 샤워실, 바비큐 시설, 와이파이, 전기를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고, 어지간한 관광지 근처에는 반드시 KOA가 자리해있다. 하지만, 몇 번 KOA에서 묵어 보니 편하기는 하였으나 인위적인 공간이라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고, 주요 관광지에서 30분-1시간가량 벗어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자연 속에 완전히 파묻혀 24시간을 느끼고 싶은 우리는 이용할 일이 많지 않았다.
따져보니 미국 생활 중 텐트에서 잔 시간이 1년 중 한 달은 되었다.
비싼 렌트비를 내는 집은 덩그러니 비워 두고 하루 15-30불 하는 캠핑 그라운드에, 500불짜리 천막 안에서 한 달을 지냈다니.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바보 같은 짓이지만 그 시간 우리 가족에게 새겨진 추억은 수만 불을 주고도 사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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